뷰티 인사이드 얼굴이 바뀌어도 사랑할 수 있을까

뷰티 인사이드(The Beauty Inside, 2015)는 백종열 감독, 한효주·박서준·이동욱·유연석 외 21명 주연의 한국 판타지 멜로 영화다. 자고 일어나면 성별·나이·국적이 바뀌는 남자 우진과 그를 사랑하게 된 이수의 이야기로, CF 감독 출신 백종열의 데뷔작이자 인텔·도시바 광고 캠페인을 원작으로 한 독특한 탄생 배경을 가진 작품이다. 누적 관객 205만을 돌파했고,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신카이 마코토가 '너의 이름은'을 구상할 때 모티브로 삼았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일 아침 완전히 다른 얼굴로 나타난다면 그래도 그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을까. 목소리도 달라지고, 체형도 달라지고, 심지어 성별과 나이까지 달라진다면. 영화를 보기 전에는 막연하게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수가 매일 다른 우진을 마주하는 장면들을 보면서 그 확신이 흔들렸다. 사랑한다는 게 정확히 무엇을 사랑하는 건지, 이 영화는 그 질문을 아주 구체적인 상황으로 던진다.


뷰티 인사이드 포스트


뷰티 인사이드의 설정이 광고에서 시작됐다는 것 원작의 탄생 배경이 영화를 다르게 보이게 한다

이 영화의 원작이 광고라는 사실을 알고 보면 영화가 달리 읽힌다. 인텔과 도시바가 합작한 캠페인 영상 'The Beauty Inside'가 원작인데, 이 광고에서는 매일 얼굴이 바뀌는 남자 알렉스가 자신의 일상을 노트북으로 기록한다. 광고의 핵심 아이디어는 알렉스의 역할을 일반 소비자들이 직접 맡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누구나 알렉스가 될 수 있다는 설정 덕분에 관객 참여형 콘텐츠로 칸 국제광고제 그랑프리를 받았다.

영화는 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져오면서 한국 정서에 맞게 재구성했다. 광고 속 알렉스의 직업은 노트북 사용자였지만, 영화 속 우진은 가구 디자이너가 됐다. 회사 이름이 'ALX'인 것은 원작 알렉스에 대한 오마주다. 그리고 광고에서 소비자들이 알렉스를 직접 연기했던 마케팅 방식은 영화에서 일반 시민 UCC 공모로 이어졌고, 당선된 9명의 영상이 엔딩 크레딧에 삽입됐다.

이 배경을 알고 나서 다시 영화를 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생긴다. 광고는 본질적으로 '이 제품을 쓰는 사람은 누구나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는다. 뷰티 인사이드의 우진도 마찬가지 구조다. 어떤 얼굴이어도 우진은 우진이고, 어떤 배우가 연기해도 그 인물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광고의 철학이 영화의 주제와 정확히 맞물린 것이다.

백종열 감독은 CF 감독 출신으로 이 영화가 장편 데뷔작이었다. CF 감독 특유의 감각이 영화 곳곳에 배어 있다. 짧은 컷 안에서 감정을 압축하는 방식, 공간과 빛을 쓰는 방식이 일반적인 드라마 영화와 달랐다. 대사보다 장면 자체가 말을 더 많이 하는 연출이었다. 이수가 우진과의 기억을 정리하는 장면들이 특히 그랬다. 긴 설명 없이 표정과 공간만으로 감정의 무게를 전달하는 방식이 이 영화의 가장 독특한 질감이었다.

그리고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신카이 마코토가 '너의 이름은'을 구상할 때 이 영화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직접 밝혔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다른 사람이 되어있다'는 설정이 '너의 이름은'의 기본 구조와 닮아 있다. 한국 멜로 영화 하나가 일본 애니메이션의 세계적 흥행작에 영향을 줬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위상이 단순한 국내 멜로 이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21명이 한 역할을 연기한다는 것 뷰티 인사이드 캐스팅이 만든 관람 경험

이 영화에서 우진 역을 맡은 배우는 한 명이 아니다. 박서준, 이동욱, 유연석, 이진욱, 서강준, 고아성, 박신혜, 천우희, 우에노 주리 등 약 21명이 우진이라는 한 인물을 번갈아 연기했다. 이런 캐스팅 방식은 한국 영화에서 거의 전례가 없는 시도였다. 그리고 이 시도가 성공적으로 작동한 이유는 단순히 유명 배우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각 배우들이 우진을 연기하는 방식이 조금씩 달랐는데, 그 미세한 차이들이 오히려 이 영화의 설정을 강화했다. 같은 인물인데 얼굴도 목소리도 체형도 다르다는 게 화면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었던 건 각 배우가 우진의 본질적인 감정선, 즉 이수를 향한 마음만큼은 일관되게 유지했기 때문이다. 그 공통된 감정이 21명을 하나의 인물로 묶었다.

이수 역의 한효주는 이 영화에서 21명과 키스신을 찍었다는 이야기가 화제가 됐다. 단순한 가십처럼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 그 장면들이 얼마나 까다로운 연기였을지 생각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매번 다른 배우와 감정선을 새로 쌓아야 하면서도 그 감정이 '같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처럼 보여야 했다. 백종열 감독은 한효주의 손 연기가 특히 자연스럽다고 DVD 코멘터리에서 밝혔는데, 실제로 그 손이 표현하는 것들이 이수라는 캐릭터의 감정을 대신 말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이 캐스팅이 비판을 받은 지점도 있었다. 영화 제목이 '내면의 아름다움'을 뜻하는데 정작 우진을 연기한 배우들 대부분이 외모적으로 뛰어난 인물들이라는 지적이었다. 그 비판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닌데, 개인적으로는 그게 이 영화의 약점이면서 동시에 현실을 반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고 봤다. 외모를 보지 않으려 노력하면서도 끝내 외모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수의 감정이, 어쩌면 잘생긴 배우들로 채운 캐스팅 자체와 맞닿아 있는 건 아닐까 싶었다.


이수가 우진을 알아보는 방법 뷰티 인사이드가 진짜 묻는 것

이수는 어떻게 매일 다른 얼굴의 우진을 알아볼 수 있었을까. 영화는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처음엔 우진이 먼저 자신을 밝히는 방식으로 만남이 이루어지지만, 관계가 깊어질수록 이수가 먼저 감지하는 순간들이 생겨난다. 눈빛, 말하는 방식, 손을 잡는 감각 같은 것들. 이수가 우진을 알아보는 건 얼굴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의 합이었다.

그 설정이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남았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사실 우리는 그 사람의 무엇을 사랑하는 걸까라는 질문. 외모는 나이가 들면 변하고, 목소리도 바뀌고, 성격도 조금씩 달라진다. 그렇다면 '그 사람'이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뷰티 인사이드는 그 질문을 극단적인 판타지 설정으로 가시화했다. 매일 다른 얼굴로 변하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외모를 제거하고 남은 무언가를 사랑한다는 뜻이다.

영화 중반부에 이수가 우진의 비밀을 알고 나서 흔들리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그를 사랑한다는 건 알겠는데, 매일 다른 얼굴을 마주하는 삶이 가능한 건지 모르겠다는 감정. 이수의 그 흔들림이 현실적이었다. 머리로는 내면이 중요하다고 알면서도 막상 눈에 보이는 것이 매일 달라진다면 흔들릴 수 있다는 것. 그 솔직함이 이 영화를 판타지이면서도 현실적으로 만드는 지점이었다.

누적 관객 205만, 2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과 36회 청룡영화상 편집상 수상, 그리고 신카이 마코토의 언급까지. 이 영화가 남긴 흔적은 개봉 당시 흥행 수치보다 오래 이어졌다. 좋아하는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는 것과 그 사람을 기억하는 것이 같은 건지 다른 건지, 그 질문이 영화가 끝나고도 한동안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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