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맨 코미디와 액션이 만난 완벽한 균형
히트맨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겉보기엔 평범한 교사가 위장 수사관으로 변신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 특유의 대화 중심 연출과 액션이 조화를 이루며 기존 범죄 영화와는 다른 결의 재미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히트맨의 독특한 설정과 실화 기반 스토리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주인공 게리 존슨의 이중적인 삶이다. 낮에는 대학에서 심리학과 철학을 가르치는 평범한 교수이지만 밤이 되면 경찰과 협력해 살인 청부를 의뢰하려는 사람들을 함정수사로 체포하는 위장 수사관으로 활동한다. 글렌 파월이 연기한 게리는 단순히 하나의 페르소나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의뢰인의 성향과 상황에 맞춰 매번 전혀 다른 캐릭터로 변신한다. 어떤 날은 거친 갱스터가 되고 또 어떤 날은 세련된 비즈니스맨이 되는 모습은 배우의 연기력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는 장치로 작용한다. 특히 이 영화는 텍사스 휴스턴에서 실제로 활동했던 실존 인물 게리 존슨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실화라는 사실은 영화에 현실감을 더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이런 일이 실제로 가능했을까 하는 궁금증을 품게 만든다. 매디슨이라는 여성을 만나며 게리의 삶에 균열이 생기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론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내면서 점차 그 인물에 빠져드는 과정은 영화의 핵심 서사로 작용한다. 정체성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면서도 무겁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오락성을 유지한 점이 이 작품의 큰 강점이며 강의실에서 자아와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들은 영화 전체의 주제와 자연스럽게 맞물려 깊은 인상을 남긴다.
예측 불가능한 전개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스토리
영화는 전형적인 액션 스릴러의 구조를 따르는 듯 보이다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초반에는 위장 수사관의 일상을 코미디적으로 풀어내다가 매디슨과의 만남 이후 로맨스로 전환되고 다시 범죄 스릴러의 긴장감으로 이어진다. 게리가 론이라는 페르소나에 점점 동화되며 진짜 자신과 가짜 정체성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과정은 이야기의 깊이를 더한다. 중반부터는 동료 수사관 재스퍼가 두 사람의 관계를 의심하며 본격적으로 추적에 나서고 이 지점부터 영화는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로 돌변한다. 재스퍼는 게리가 규칙을 어기고 있다고 확신하며 집요하게 압박하고 관객들은 두 인물을 응원하면서도 그들의 선택이 과연 옳은지 고민하게 된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반전은 관객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나며 도덕적 딜레마와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던진다. 그럼에도 링클레이터 감독은 특유의 유머 감각을 잃지 않으며 코미디 로맨스 스릴러 액션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균형 잡힌 연출을 보여준다. 결말은 통쾌함과 여운을 동시에 남기며 정체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자연스럽게 남긴다.
글렌 파월의 카멜레온 연기와 감독의 연출력
히트맨은 글렌 파월의 연기가 작품의 중심을 단단히 붙잡고 있는 영화다. 한 작품 안에서 수십 가지의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는 쉽지 않은 역할이었지만 그는 각 페르소나마다 완전히 다른 억양과 몸짓 표정을 부여하며 놀라운 변신을 보여준다. 소심한 교수 게리에서 자신감 넘치는 론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미묘한 감정의 결은 특히 인상 깊다. 단순히 안경을 벗고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수준을 넘어 인물의 내면까지 달라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표현한다. 아드리아 아르호나가 연기한 매디슨 역시 단순한 로맨스 상대가 아닌 욕망과 비밀을 지닌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지며 영화에 깊이를 더한다.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는 관객으로 하여금 도덕적으로 문제 될 수 있는 선택조차 이해하게 만들 만큼 강렬하다. 링클레이터 감독 특유의 대화 중심 연출은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하며 화려한 액션보다 인물 간 대화에서 더 큰 긴장과 재미를 만들어낸다. 비포 선라이즈 시리즈에서 보여준 그의 연출 감각은 이번 영화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나며 촬영과 음악 역시 영화의 분위기를 안정적으로 받쳐준다. 뉴올리언스의 따뜻한 색감과 여유로운 분위기를 담아낸 화면은 작품에 독특한 매력을 더한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정체성이란 얼마나 유동적인 것인지 그리고 선택 하나가 삶을 얼마나 크게 바꿀 수 있는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다. 가볍게 시작하지만 의외로 긴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히트맨은 충분히 기억에 남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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