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 별빛아래 피어난 꿈 그리고 남겨진 잔향
라라랜드는 꿈을 좇는 두 사람이 서로를 통해 성장하고, 결국 각자의 길을 걷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라라랜드가 수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이들의 플레이리스트와 기억 속에 살아있는 이유를 직접 본 시선으로 풀어봤다.
첫 장면부터 압도됐던 라라랜드의 연출 방식
라라랜드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뮤지컬 영화라는 장르 자체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냥 음악이 좀 나오고, 춤추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영화겠거니 생각했는데, 오프닝 장면에서 바로 그 생각이 완전히 뒤집혔다. 고속도로 위에서 차들 사이로 사람들이 튀어나와 노래하고 춤추는 그 장면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무는 방식으로 연출돼 있어서 처음 보는 순간 '이 영화 보통이 아니구나'라는 느낌이 바로 왔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카메라를 정말 영리하게 움직인다. 핸드헬드 기법과 롱테이크를 적절히 섞어서, 보는 사람이 마치 그 공간 안에 직접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특히 두 주인공인 미아와 세바스찬이 언덕에서 춤추는 장면은, 배경이 노을빛으로 물들면서 음악과 함께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데, 기술적으로도 감성적으로도 완성도가 높다고 느꼈다. 이런 장면들이 단순한 볼거리로 그치지 않고, 두 사람의 감정 상태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색감 사용도 굉장히 신경 쓴 게 보인다. 미아의 의상이 장면마다 달라지는데, 그 색상이 그녀의 감정이나 상황과 맞물려 있다. 노란 드레스를 입었을 때는 설렘과 희망이 가득하고, 점점 상황이 복잡해질수록 색감도 가라앉는다. 이런 디테일들이 쌓여서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했다. 그냥 예쁜 영화가 아니라, 모든 시각적 요소가 이야기와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꿈을 선택한다는 것의 진짜 무게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생각하게 만든 부분은 사실 음악도 연출도 아니었다. 미아와 세바스찬이 각자의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서로를 잃어가는 그 흐름이었다. 처음에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힘이 되고 응원해주는 관계처럼 보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적인 문제들이 끼어들고, 각자가 원하는 방향이 조금씩 달라지면서 결국 함께 있기가 어려워진다. 세바스찬은 재즈 클럽을 열고 싶다는 꿈이 있지만, 당장 돈이 필요해서 자신이 원하지 않는 방식의 음악 활동을 시작한다. 미아는 배우가 되고 싶지만 계속된 오디션 실패로 지쳐간다. 이 두 사람의 상황이 묘하게 어긋나는 지점들이 있는데, 그게 억지스럽지 않고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방식으로 그려진다. 그래서 더 아팠다. 나쁜 사람이 없는데도 관계가 틀어지는 상황, 실제로 그런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생각하면서 봤다. 결말에서 두 사람은 각자 원하는 삶을 살고 있다. 표면적으로 보면 성공한 결말이지만, 영화는 그 성공이 어떤 선택의 결과였는지를 조용하게 보여준다. 꿈을 이루는 것과 사랑을 지키는 것, 둘 다 가질 수 없었던 상황에서 두 사람이 내린 선택이 과연 옳았는지는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것 같다. 나는 영화가 끝나고 꽤 오랫동안 그 질문을 붙들고 있었다.
OST 한 곡이 영화 전체를 기억하게 만드는 이유
라라랜드의 음악은 영화를 보고 난 뒤에도 계속 머릿속에 남는다. 그중에서도 'City of Stars'는 단순히 듣기 좋은 노래를 넘어서, 미아와 세바스찬의 감정 변화를 따라가는 하나의 서사처럼 느껴진다. 처음 세바스찬이 혼자 부를 때와, 두 사람이 함께 부를 때, 그리고 영화 후반부에 다시 등장할 때 각각 전혀 다른 감정으로 들린다. 같은 멜로디인데 상황에 따라 이렇게 달리 느껴질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작곡가 저스틴 허위츠는 재즈의 즉흥성과 클래식한 뮤지컬 넘버를 절묘하게 섞었다. 피아노 선율이 중심이 되는 곡들이 많은데, 화려하지 않고 담백한 편이라서 오히려 감정이 더 직접적으로 전달된다는 느낌이었다. 과하지 않아서 좋다는 게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음악이 장면을 설명하려 하지 않고, 장면과 함께 흐르는 방식으로 쓰인다. 음악 영화를 잘 안 보는 사람도 이 영화의 OST는 한번쯤 들어봤을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대중적으로도 많이 퍼진 음악인데, 영화 안에서 들을 때와 영화 밖에서 들을 때 느낌이 또 다르다. 영화를 먼저 보고 나서 OST를 다시 들으면, 그 곡이 나왔던 장면과 감정이 같이 떠오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음악이 기억을 저장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게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실감됐다. 영화를 보고 난 뒤 한동안 여운이 길게 남았고, 현실적인 선택 앞에서 내가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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