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인서울 혼자여도 괜찮은 이유
싱글인서울은 단순한 로맨스 영화가 아니라, 혼자 사는 삶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따뜻한 이야기다. 싱글인서울이 왜 지금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영화인지, 직접 보고 느낀 생각을 담았다.
싱글인서울이 그려낸 혼자 사는 삶의 민낯
요즘 1인 가구가 정말 많아졌다. 통계청 자료를 봐도 서울에서 혼자 사는 사람의 비율이 매년 늘고 있는데, 이 영화는 그런 현실을 배경으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낸다. 주인공 현진(이동욱 분)은 혼자 사는 삶을 진심으로 즐기는 남자다. 귀찮은 관계도 없고, 자기만의 루틴이 있고, 그게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이 캐릭터를 보면서 '저렇게 살 수 있으면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실제로 혼자 사는 삶이 외롭기만 한 건 아니니까. 영화는 현진의 집 안을 비추는 장면에서 여백을 많이 남긴다. 넓지 않은 공간 안에서 카메라는 고정된 구도로 인물을 담아내는데, 그 정적인 화면이 오히려 그의 안정된 일상을 강조한다. 반면 영주(임수정 분)는 혼자이고 싶지 않은데 자꾸 혼자가 되는 인물이다. 관계에 기대고 싶지만 번번이 상처를 받고, 결국 다시 혼자 남는다. 두 인물의 대비가 꽤 영리하게 설계되어 있었다. 혼자를 선택한 사람과 혼자가 되어버린 사람, 이 두 시선이 교차하면서 영화는 단순히 '솔로 라이프가 좋다'는 메시지로 흐르지 않는다. 오히려 '왜 혼자인지'를 계속 묻는 느낌이었다. 특히 영주의 장면에서는 클로즈업이 자주 사용되는데, 표정의 미세한 떨림을 따라가는 카메라 워킹이 인물의 불안을 세밀하게 드러낸다. 영화가 서울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잡은 것도 인상적이었다. 혼잡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도시 안에서 두 사람이 각자의 방식으로 고독을 다루는 모습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야경을 담는 방식도 과하게 낭만적이지 않고, 차가운 색감 위주로 구성되어 도시의 익명성을 강조한다. 특별히 드라마틱한 사건이 없어도 공감이 가는 건, 그 일상의 묘사가 꽤 세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두 배우의 케미가 만들어낸 온도감
이동욱과 임수정의 조합은 처음에는 조금 의외라고 생각했다. 장르도 다르고 분위기도 다른 두 배우가 어떻게 호흡을 맞출지 궁금했는데, 막상 보니 그 온도 차이가 오히려 영화의 장점이 되었다. 현진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고, 영주는 감정이 표정에 바로 나온다. 이 대비가 두 사람이 부딪히고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특히 두 사람이 사소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들이 좋았다. 대단한 고백이나 클라이맥스 없이도 감정이 서서히 쌓이는 느낌이 있었는데, 그 흐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배경 음악을 최소화한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오히려 관계의 미묘한 온도가 또렷해졌다. 임수정은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것 치고 전혀 어색함이 없었고, 이동욱도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이미지와 살짝 다른 결을 선보여서 신선했다. 다만 중반부에 두 사람의 관계가 진전되는 속도가 조금 느리게 느껴지기도 했다. 감정선을 천천히 쌓아가는 방식이 이 영화의 의도인 건 알겠는데, 보는 입장에서는 중간쯤에 살짝 늘어지는 구간이 있었다. 그래도 후반부에서 그 감정들이 한꺼번에 정리되는 순간은 꽤 좋았다. 특정 장면에서는 역광을 활용해 인물의 윤곽만을 남기는데, 그 연출이 관계의 모호함과 가능성을 동시에 상징하는 듯했다.
지금 이 시대에 이 영화가 필요한 이유
혼자 사는 삶을 다룬 콘텐츠가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혼자임을 '힙하게' 포장하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외롭게 그리는 경우가 많다. 이 영화는 그 중간 어딘가를 찾으려 한다. 혼자여도 충분하지만, 그렇다고 연결을 포기하는 건 아니라는 것. 그 메시지가 억지스럽지 않게 전달된다는 점에서 꽤 잘 만든 영화라고 느꼈다. 특히 인물들이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하기 위해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다. 대신 행동과 시선, 공간의 배치로 감정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마주 앉아 있으면서도 테이블 위 물건이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구도는, 관계의 거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이런 연출적 장치들이 쌓이면서 영화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동시대 1인 가구의 심리를 담아낸다. 개인적으로 공감이 많이 됐던 부분은, 주인공들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를 원한다는 점이었다. 내가 왜 이렇게 사는지, 왜 이게 좋은지 매번 해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그게 결국 이 영화가 말하는 관계의 핵심이 아닐까 싶었다. 자기다운 삶을 살면서도 누군가와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 그걸 로맨스라는 장르로 풀어낸 시도가 인상 깊었다. 화려한 볼거리나 강렬한 서사보다는, 조용히 앉아서 보기 좋은 영화다.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고, 요즘 혼자 사는 삶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본 사람이라면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마냥 고립이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누군가와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품은 채 혼자 살아가는 것, 그 균형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