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웨이 홈 640km를 달려온 사랑의 증거
더 웨이 홈(A Dog's Way Home) 감독: 찰스 마틴 스미스 출연: 조나 하우어킹, 애슐리 쥬드,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목소리) 장르: 어드벤처, 드라마, 가족 개봉: 2019년 1월 러닝타임: 95분 관람등급: 전체 관람가(PG)
반려견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만약 우리 강아지가 혼자 길을 잃는다면 나를 찾아올 수 있을까. 더 웨이 홈은 바로 그 상상을 현실로 옮겨놓은 영화다. 640km라는 믿기 어려운 거리를, 혼자서, 2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걸어온 강아지의 이야기. 영화를 다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난다. 감동이라는 단어가 너무 가볍게 느껴질 정도였다.
더 웨이 홈이 시작되는 방식,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영화는 덴버의 한 골목에서 시작된다. 의대생 루카스는 어느 날 길을 지나다 버려진 작은 강아지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온다. 핏불 테리어 품종의 이 강아지에게 루카스는 벨라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둘은 금세 가족이 된다. 전역 후 우울증을 앓고 있는 루카스의 어머니도 벨라 덕분에 조금씩 웃음을 찾기 시작하고, 루카스의 여자친구 올리비아에게도 벨라는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된다. 처음 이 장면들을 보면서 내가 처음 반려견을 입양했던 날이 생각났다. 그 아이도 처음엔 뭘 해야 할지 몰라 구석에서 떨기만 했는데, 어느새 집 안 제일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더라. 루카스와 벨라가 함께하는 일상을 보여주는 초반부는 굉장히 담백하게 그려지는데, 그 담백함이 오히려 더 현실감 있게 느껴진다. 특별할 것 없는 공 던지기 놀이, 함께 산책하는 장면, 소파에서 같이 뒹구는 일상 같은 것들. 그런데 여기서 영화는 갑작스러운 현실을 들이민다. 덴버 시에는 핏불 테리어를 키울 수 없다는 규제가 있었던 것이다. 단순히 품종이 핏불이라는 이유만으로 안락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심장이 쿵 내려앉는 장면이다. 루카스는 벨라에게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집으로 가라는 명령에 스스로 도망칠 수 있게 훈련을 시킨다. 그리고 결국 벨라는 덴버에서 멀리 떨어진 뉴멕시코의 한 가정에 임시로 맡겨지게 된다. 바로 이 순간부터 더 웨이 홈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벨라가 만난 세상,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순간들
뉴멕시코에 맡겨진 벨라는 처음에는 그 집에 적응하는 듯 보이지만, 루카스에 대한 그리움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집을 나온다. 그리고 덴버를 향해 홀로 길을 떠난다. 이 여정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벨라는 두 번의 겨울을 맞닥뜨리고, 굶주림을 견디고,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하고, 나쁜 사람들에게 이용당하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게 본 장면은 벨라가 숲속에서 새끼 퓨마를 만나는 부분이다. 밀렵꾼에게 어미를 잃은 새끼 퓨마를 발견한 벨라는 두려움 없이 그 아이를 품는다. 먹이를 구해주고, 추운 밤을 함께 버티며, 퓨마가 혼자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 곁에 있어준다. 나도 길에서 다친 고양이를 발견하고 동물병원으로 데려간 적이 있는데, 그때 느낀 것과 비슷한 감정이었다. 도움을 줘야 한다는 계산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아서 하게 되는 행동. 벨라가 퓨마 새끼에게 보여주는 것도 정확히 그런 종류의 감정이었다. 나중에 다 자란 퓨마가 위기에 처한 벨라를 구해주는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따뜻한 순간 중 하나였다. 벨라가 여정 중에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도 다양하다. 진심으로 벨라를 아껴주는 사람도 있고, 벨라를 이용하거나 함부로 대하는 사람도 있다. 영화는 그 대비를 통해 반려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를 조용히 돌아보게 만든다. 동물을 키울 자격이 있는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직접적으로 던지지 않으면서도, 보는 사람 스스로 그 질문에 도달하게 만드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더 웨이 홈이 남긴 것, 영화가 끝나도 사라지지 않는 감정
2년 반의 시간이 흘러 벨라는 마침내 덴버에 도착한다. 하지만 루카스는 이미 이사를 간 상태였다. 벨라는 포기하지 않는다. 루카스와 함께 자주 다니던 재활센터가 떠올랐고, 그곳으로 뛰어간다. 그리고 결국 루카스를 만난다. 이 재회 장면은 굳이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냥 보면 된다. 말이 필요 없는 감동이 있다. 이 영화는 W. 브루스 카메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작가는 실제로 비슷한 사례들을 모아 이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강아지가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해 주인을 찾아왔다는 뉴스는 실제로도 종종 보도된 바 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의 이야기가 완전한 픽션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어딘가에 정말 벨라 같은 강아지가 있을 것만 같다. 더 웨이 홈은 지나치게 눈물을 쥐어짜거나 억지로 감동을 유도하는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담담하게 벨라의 시선을 따라가고, 그 여정에 자연스럽게 마음이 실린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한 가지를 실천했다. 오랫동안 바빠서 잘 챙기지 못했던 반려견과 산책을 더 자주 나가기 시작했다. 영화 속 벨라가 640km를 걸어온 이유는 단 하나, 가족이 보고 싶어서였다. 그 단순하고 순수한 이유가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내가 가족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그만큼 진심을 다하고 있는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은 봐야 할 영화이고,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고 싶은 날에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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