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특별한 형제 피보다 진한게 있다면 그건 시간이었다
나의 특별한 형제(2019)는 육상효 감독, 신하균·이광수·이솜 주연의 한국 휴먼 코미디 영화다. 전신마비 지체장애인 세하와 지적장애인 동구가 20년을 한 몸처럼 살아온 실화를 바탕으로 하며, 두 장애인을 전면에 내세운 새로운 방식의 장애 영화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관람객 평점 9점대를 기록하며 누적 관객 148만을 돌파한 작품이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제목만 들었을 때, 한쪽은 장애가 있고 다른 한쪽은 비장애인인 친구가 서로를 돕는 이야기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달랐다. 세하도 동구도 둘 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 설정 하나가 이 영화를 기존의 장애 영화들과 완전히 다른 위치에 놓는다. 도움을 받는 사람과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나뉘지 않는 관계. 서로가 서로의 한계를 채워주는 두 사람의 이야기였다.
나의 특별한 형제가 기존 장애 영화와 다른 이유 두 장애인을 전면에 세운 선택
한국 영화에서 장애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돌아보면 대부분 비슷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장애가 있는 인물과 비장애인이 만나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이야기. 언터처블: 1%의 우정, 형, 그것만이 내 세상 같은 영화들이 그 형식이었다. 나의 특별한 형제는 그 형식에서 의도적으로 벗어났다. 영화를 만든 육상효 감독은 두 장애인을 전면에 내세워 비장애인의 도움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고 밝혔다.
세하는 전신마비로 혼자 움직일 수 없지만 비상한 두뇌를 가졌다. 동구는 지적장애가 있어 판단이 어렵지만 운동 능력이 뛰어나고 힘이 세다. 두 사람이 함께 있으면 완전한 한 명이 되는 구조다. 이 설정이 단순한 영화적 장치가 아니라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실제 인물인 최승규 씨와 박종렬 씨는 1996년 광주의 복지원에서 처음 만나 별명이 '강력 접착제'일 정도로 매일 붙어 살았다. 2002년에는 최승규 씨가 대학에 입학하자 박종렬 씨가 4년 동안 매일 휠체어를 밀고 강의실을 함께 다니며 책장을 넘겨줬고, 최승규 씨는 대학을 졸업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 실화를 영화로 만들기까지 시나리오 작업에만 3년, 총 6년의 개발 기간이 걸렸다고 한다. 장애를 소재로 한 이야기인 만큼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육상효 감독이 실제 두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에 놀랐다고 한 인터뷰가 있었다. 비극으로 그릴 수도 있는 상황인데, 실제 두 사람은 그것을 일상으로 살아내고 있었다. 그 감각을 영화에 담으려면 무겁지 않은 방식이 필요했고, 그래서 코미디 장르를 선택했다는 것이 납득이 됐다.
실존 인물인 최승규 씨는 완성된 영화를 보고 신하균의 연기에 울컥했다고 밝혔다. 그 반응이 이 영화가 얼마나 정확하게 그 삶을 담아냈는지를 보여준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실제 두 사람에 대해 찾아보게 됐는데, 지금도 광주에서 함께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영화 속 이야기가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이 영화를 다른 무게로 다시 읽히게 만들었다.
이 영화가 기존 장애 영화들과 구분되는 또 다른 지점은 장애인 캐릭터를 가엾거나 도움받아야 할 존재로 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하는 날카롭고 솔직하며 때로는 불편할 만큼 직접적이다. 동구는 순수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감정의 중심이 있다. 두 사람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 갖는 감정, 욕구, 유머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 평범함이 오히려 이 영화를 더 깊게 만들었다.
신하균과 이광수가 만들어낸 세하와 동구 연기가 현실을 얼마나 닮아야 하는가
신하균이 전신마비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것은 움직임 없이 표정과 목소리만으로 모든 감정을 전달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 제약이 오히려 신하균이라는 배우의 역량을 더 선명하게 드러냈다. 딕션이 좋고 감정 표현이 정확하다는 평가가 많이 나온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움직임이라는 도구가 없는 상황에서 목소리와 눈빛만으로 세하라는 인물 전체를 만들어냈다.
이광수의 동구 연기는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러닝맨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이미 대중에게 친숙한 이미지가 있었는데, 그 이미지와 완전히 다른 결의 연기를 보여줬다. 지적장애인 동구를 연기하면서 육상효 감독은 이광수에게 "특정한 바보스러운 동작은 하지 말자"고 주문했다. 희화화 없이 그 인물의 감정을 진지하게 표현하는 것. 이광수는 말보다 눈빛과 표정으로 동구의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을 택했고, 감독과 촬영 현장에서 매 장면의 감정을 함께 논의하며 만들어갔다고 밝혔다.
이광수는 이 영화로 2020년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남자조연상을 수상했다.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받은 상이라 더 의미가 컸다. 예능 이미지가 강한 배우가 연기에서도 인정받은 사례로, 이 영화가 이광수의 배우로서의 위상을 새로 만든 전환점이 됐다는 평이 많았다.
두 배우의 조합이 실제 촬영 현장에서도 자연스러웠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오래 붙어 있던 두 사람처럼 보이는 장면들이 연기가 아니라 실제 호흡처럼 느껴졌던 건, 두 배우가 현장에서 충분한 시간을 함께 보내며 그 감각을 쌓았기 때문이었다. 그 자연스러움이 세하와 동구의 20년 역사를 관객이 믿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이솜이 연기한 미현도 이 영화에서 빠트릴 수 없는 존재였다. 취준생이자 수영 코치로 두 사람의 일상에 들어오는 인물인데,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라 세하와 동구의 관계를 밖에서 바라보는 시선을 제공했다. 처음엔 두 사람의 관계를 이상하게 여기다가 점점 그 관계의 진짜 의미를 알아가는 과정이 관객의 감각과 겹쳐 있었다.
나의 특별한 형제가 던지는 질문 가족이란 무엇인가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남는 개념은 '책임의 집'이라는 이름이다. 두 사람이 함께 살아온 공간의 이름. 그 이름에는 "사람은 일단 태어나면 끝까지 살아야 할 책임이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영화는 설명한다. 그 문장이 단순한 복지 시설의 이름이 아니라 이 영화 전체의 메시지를 품고 있었다.
세하와 동구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다. 법적으로도 가족이 아니다. 그런데 20년을 함께 살면서 그 어떤 피붙이보다 서로를 잘 알고, 서로의 생존과 감정에 가장 깊이 연결된 사람들이 됐다. 혈연이 아닌 시간으로 쌓아 올린 관계. 그게 가족이 아니라면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 이 영화는 직접 묻지 않지만, 두 사람의 관계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그 질문을 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가족의 의미에 대해 한동안 생각하게 됐다. 같은 피를 나눴어도 남처럼 사는 경우가 있고, 아무 연고 없이 만났어도 가장 가까운 존재가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 어느 쪽이 진짜 가족인지를 혈연이나 제도로만 판단할 수 없다는 것. 이 영화가 그 질문을 무겁게 던지지 않고, 유쾌하고 따뜻하게 보여주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었다.
관람객 평점 9점대, 누적 관객 148만. 장애를 소재로 한 영화가 이 정도 성적을 낸 것 자체가 이 영화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줬는지를 보여준다. SBS 설날 특선, 추석 특선으로 반복 방영됐다는 것도 그 이유다. 나의 특별한 형제는 장애 영화이기 이전에 관계에 관한 영화였고, 그 관계의 이야기가 보는 사람 각자의 삶 안에 있는 무언가를 건드렸기 때문에 오래 기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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