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와 초콜릿 공장 공장 문이 열린 진짜 이유
찰리와 초콜릿 공장(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2005)은 팀 버튼 감독, 조니 뎁·프레디 하이모어·크리스토퍼 리 주연의 미국 판타지 영화다. 로알드 달의 동명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황금 티켓을 얻은 다섯 아이가 윌리 웡카의 신비로운 공장을 방문하는 이야기를 통해 욕망·순수함·가족의 의미를 날카롭게 담아낸 작품이다. 어린 시절 이 영화를 보고 초콜릿을 한동안 다르게 봤다는 사람이 많을 만큼, 세대를 넘어 기억되는 판타지의 고전이다.
이 영화를 처음 본 게 초등학생 때였다. 그때는 그냥 웡카 공장 안이 신기하고 초콜릿이 먹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 어른이 되고 나서 다시 봤는데,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됐다. 다섯 아이들이 하나씩 탈락하는 장면들이 그냥 코미디가 아니라 각자의 결함을 정확히 짚어내는 방식이라는 게 보이기 시작했고, 웡카가 왜 그렇게 이상한 사람이 됐는지도 처음으로 이해됐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보는 나이마다 다른 영화가 된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그린 다섯 아이 단순한 캐릭터가 아닌 사회 비판
황금 티켓을 얻은 다섯 아이는 각자 하나의 결함을 상징하도록 설계됐다. 어거스터스 글루프는 탐식, 바이올렛 뷰리가드는 경쟁 집착, 베루카 솔트는 물질적 욕망, 마이크 티비는 미디어 중독, 그리고 찰리 버킷은 그 모든 것과 대비되는 순수함. 이 다섯 캐릭터를 어릴 때는 그냥 성격 나쁜 아이들과 착한 아이로 구분했는데, 어른이 되고 나서 보면 각 아이의 문제가 사실 아이 자신보다 부모에게서 왔다는 게 더 분명하게 읽힌다.
베루카 솔트의 아버지는 딸이 원하는 걸 얻어주기 위해 공장 노동자들을 동원해 초콜릿을 하나하나 뜯어봤다. 바이올렛의 어머니는 딸의 껌 씹기 기록보다 자신이 치어리더 챔피언이었던 것을 더 먼저 말한다. 마이크의 부모는 아이가 TV에 빠져 있는 걸 방치한다. 아이들의 문제는 아이들이 만든 게 아니었다. 그 아이들을 만든 환경이 문제였다. 로알드 달의 원작 소설이 1964년에 쓰인 것을 감안하면, 그 시대부터 이미 과잉 양육과 물질주의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었다는 게 놀라웠다.
팀 버튼은 이 부분을 원작보다 더 강하게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아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공장에서 퇴장하는 장면들이 코미디처럼 연출됐지만, 그 안에 담긴 풍자는 꽤 날카롭다. 어거스터스가 초콜릿 강에 빠지는 장면, 베루카가 나쁜 견과류 판정을 받는 장면. 아이들이 자신의 욕망대로 행동하다 결국 그 욕망에 의해 탈락하는 구조였다. 원하는 대로 살았는데 원하지 않는 결과를 얻게 되는 그 아이러니가 이 영화의 핵심적인 유머였다.
찰리는 그 모든 과정에서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능동적으로 무언가를 쟁취하거나 다른 아이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냥 호기심을 갖고 조용히 바라본다. 그 수동성이 오히려 그를 마지막까지 남게 만드는 이유였다. 욕망이 없으면 욕망으로 인한 실패도 없다는 것. 그 역발상이 이 영화에서 찰리라는 캐릭터를 통해 전달되는 방식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다시 봤을 때 베루카 솔트 장면에서 멈칫했다. 원하는 걸 뭐든 가질 수 있었던 아이가 결국 공장에서 탈락하는 게, 어릴 때는 당연하게 느껴졌는데 어른이 돼서 보니 그 아이가 한편으로는 가장 불쌍한 아이이기도 했다. 원하는 게 뭔지 스스로 모르는 채로 그냥 갖고 싶다고 배웠던 아이. 그 장면이 예전과 다르게 읽혔다.
조니 뎁이 만든 웡카 천재이지만 가장 외로운 사람
조니 뎁의 웡카를 처음 봤을 때 많은 관객이 당황했다. 1971년 진 와일더 버전의 웡카가 따뜻하고 신비로운 인물이었던 것과 달리, 팀 버튼과 조니 뎁이 만든 웡카는 어딘가 어색하고,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이 불편하고, 세상과 단절된 것처럼 보였다. 처음엔 그게 연기가 이상한 건지 캐릭터가 이상한 건지 헷갈렸는데, 영화를 끝까지 보면 그 모든 것이 의도된 설계였다는 걸 알게 됐다.
팀 버튼 버전에서 추가된 웡카의 과거가 이 캐릭터의 핵심이다. 치과 의사인 아버지가 초콜릿을 못 먹게 하며 엄격하게 키웠고, 웡카는 그 집을 나와 혼자 초콜릿의 세계를 구축했다. 그래서 공장은 완벽한 세계이지만 동시에 완벽하게 고립된 공간이기도 하다. 웡카가 아이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가족이라는 개념에 어색해하는 것들이 모두 연결된다. 세상에서 가장 풍요로운 공간을 만들었지만 정작 그 공장 주인은 가장 기본적인 인간 관계에서 결핍된 사람이었다.
조니 뎁은 이 인물을 위해 마이클 잭슨을 포함한 여러 인물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어린 시절의 상처가 천재성과 기이함으로 발현된 인물,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그 세상 안에서 외롭게 고립된 사람. 그 복잡함을 조니 뎁은 굉장히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했다. 말투, 표정, 웃음의 방식이 모두 일반적인 사람의 것과 조금씩 어긋나 있는데, 그 어긋남이 캐릭터의 고립을 시각적으로 전달했다.
웡카가 결말에서 아버지와 화해하는 장면은 팀 버튼 버전에서 추가된 내용이다. 원작 소설에는 없는 장면인데, 이 선택이 이 버전의 영화를 찰리의 이야기가 아니라 웡카의 이야기이기도 하게 만들었다. 찰리가 공장을 얻는 것과 웡카가 가족을 회복하는 것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두 이야기가 하나의 주제로 수렴하는 구조. 가족이라는 것의 의미를 영화가 두 축으로 동시에 보여줬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팀 버튼이 연출했을 때만 가능한 것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사실 팀 버튼의 세계관과 이 소재가 얼마나 잘 맞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다. 팀 버튼은 겉보기에 동화 같지만 실제로는 어두운 면을 가진 이야기들을 그려온 감독이다. 비틀쥬스, 가위손, 크리스마스의 악몽 같은 작품들. 로알드 달의 원작 소설 역시 아이들을 위한 동화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어른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불편한 진실이 가득하다. 두 사람의 감수성이 정확히 맞아 있었다.
공장 내부의 시각적 연출이 그 조합의 결과물이었다. 초콜릿 강, 식용 잔디, 꽃 모양 컵들이 있는 방, 이상한 리듬에 맞춰 움직이는 움파룸파들. 이 모든 것이 아름답지만 동시에 약간 불편하다. 완벽하게 통제된 세계인데 그 통제가 지나쳐서 오히려 살짝 섬뜩한 느낌. 그 감각이 웡카라는 인물의 심리와 정확히 일치하는 방식으로 공간이 설계됐다.
움파룸파 역할을 딥 로이 한 명이 모두 연기했다는 것도 흥미로운 제작 이야기다. CG로 여러 명처럼 보이게 만들었는데,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설정이 공장 전체가 웡카의 완벽한 통제 아래 있다는 인상을 더 강하게 줬다. 이 영화에서 세트와 시각효과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쓰였다.
전 세계 4억 7천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기록했고, 지금도 매년 특정 시즌이 되면 다시 찾아보는 사람들이 있다. 어릴 때 보면 신기한 공장 이야기, 어른이 되어 보면 욕망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되는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볼 때마다 새로운 층위가 발견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 영화였다. 초콜릿이 먹고 싶어지는 영화이기도 하지만, 보고 나면 자신이 웡카와 얼마나 닮았는지 슬쩍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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