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로티 제목이 파바로티가 아닌 데는 이유가 있었다

파파로티(2013)는 윤종찬 감독, 한석규·이제훈·강소라 주연의 한국 드라마 영화로, 성악 천재 건달 고등학생과 꿈을 잃은 음악 선생의 예상 밖 관계를 그린 실화 기반 작품이다. 2009년 SBS 스타킹에 출연해 화제를 모은 실제 인물 김호중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으며, 누적 관객 171만을 돌파하며 클래식과 한국 사회 정서를 독특하게 결합한 음악 드라마로 평가받았다. 

이 영화 제목이 '파바로티'가 아니라 '파파로티'인 이유가 궁금했다. 알고 보니 일부러 틀린 이름이었다. 주인공 장호가 세계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이름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인물이라는 걸 제목 자체로 표현한 것이었다. 클래식의 세계에 동경은 있지만 그 입구도 제대로 찾지 못한 채 주먹 세계에 있던 아이. 그 설정 하나가 영화 전체의 방향을 담고 있었다.


파파로티 포스트


파파로티라는 제목이 품고 있는 것 틀린 이름이 만드는 정확한 메시지

'파파로티'라는 제목은 실제로 두 가지 이유로 만들어졌다. 하나는 앞서 말한 캐릭터 설정, 즉 파바로티의 이름도 제대로 모르면서 성악을 꿈꾸는 장호의 상태를 보여주기 위해서였고, 다른 하나는 현실적인 이유로 파바로티라는 이름을 영화 제목으로 쓰려면 상당한 저작권료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 두 가지 이유가 맞아떨어져 나온 제목이 오히려 이 영화를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가 됐다는 게 흥미롭다.

영화 속에서 장호의 부하들이 "행님이 존경하는 그 빠마로또 할배도 나비 넥타이 하셨던데예"라고 말하자 장호가 "몇 번을 말해야 되노, 파파로티다"라고 핀잔을 주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이 이 영화 전체 분위기를 요약한다. 웃기지만 진지하고, 가볍지만 그 안에 진심이 있다. 파바로티를 파파로티로 알고 있는 건달이 콩쿨 무대에 오르는 것, 그 설정이 이 영화의 전부이자 핵심이었다.

실제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인물은 가수 김호중이다. 2009년 SBS 스타킹에 '고딩 파바로티'라는 이름으로 출연해 화제가 됐고, 방송 이후 대통령 표창을 받았으며 독일 유학까지 다녀온 인물이다. 영화는 이 실화를 기반으로 하되, 일부 장면은 극적 긴장감을 위해 각색됐다. 실제 담임 선생님인 서수용 교사는 인터뷰에서 영화 속 일부 장면들이 실제와 다르다는 점을 직접 밝혔다. 영화를 보면서 실화라는 걸 인지하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이 꽤 다른 경험이 됐다. 실화라는 사실이 장호라는 캐릭터의 무게감을 달리 만들어준다.

제목 이야기를 더 하자면, '파파로티'라는 단어는 발음이 어딘가 억센 경상도 사투리와 어울리는 느낌이 있다. 영화의 배경이 대구와 김천 일대라는 점을 생각하면 제목의 어감까지 배경과 맞아떨어진다. 거칠고 투박하지만 그 안에 음악이 있다는 것. 제목 하나가 이미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품고 있었다.

음악이 소재인 영화들 중에 이 영화가 특별하게 기억되는 이유는 클래식을 잘 모르는 관객도 완전히 이해하고 몰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리아나 오페라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어도 장호가 처음으로 목소리를 내는 장면에서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그게 좋은 음악 영화가 갖춰야 할 조건이라고 생각하는데, 파파로티는 그 조건을 충분히 만족시켰다.


상진이 진짜 주인공인 이유 한석규가 표현한 꿈을 잃은 어른의 얼굴

영화 포스터에서 더 크게 보이는 건 이제훈이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더 오래 머릿속에 남은 건 한석규가 연기한 상진이었다. 상진은 한때 잘 나가던 성악가였지만 목에 종양이 생기면서 더 이상 무대에 설 수 없게 됐다. 지금은 대구 근처 예고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교사인데, 그 일에 어떤 열의도 없다. 학생들에게 싸늘하고 까칠하다. 장호가 전학 오던 날 처음부터 결론을 내린다. 저런 애한테 기대할 건 없다고 말이다

그 냉소가 어디서 왔는지 영화는 설명하지 않고 보여준다. 직접 말하는 장면 없이 그가 피아노 앞에 앉는 방식, 학교 복도를 걷는 방식에서 전 부 읽힌다. 한석규는 이 캐릭터를 과도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그 절제가 오히려 상진이라는 인물을 더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꿈을 잃은 사람의 얼굴이 저런 모습이구나 싶었다. 분노도 아니고 슬픔도 아닌, 그냥 무감각해진 상태.

그런 상진이 장호의 목소리를 처음 제대로 듣는 장면에서 미세하게 달라진다. 표정이 크게 바뀌는 게 아니다. 눈빛이 조금 달라지는 수준인데, 그게 보인다. 오랫동안 꺼져 있던 무언가가 다시 켜지는 순간을 한석규가 아주 작은 연기로 표현했다. 그 장면에서 상진이 왜 결국 장호를 포기하지 않는지가 설명된다. 대사로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상진이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거기 있다. 장호의 성장 서사는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흐른다. 재능 있는 아이가 좋은 어른을 만나 꿈을 이루는 이야기. 그런데 상진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자기 꿈은 끝났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제자를 통해 다시 살아나는 이야기. 그 방향이 예측 밖이었고, 더 오래 남았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게 단지 전달하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도 다시 무언가를 회복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는 상진을 통해 보여줬다.

한석규와 이제훈의 조합이 이 영화에서 작동한 이유도 그 대비 때문이었다. 이제훈이 연기한 장호는 거칠고 생생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반면, 한석규의 상진은 조용하고 절제되어 있다. 두 에너지가 충돌하는 장면들이 영화의 핵심 장면들이었는데, 두 배우의 연기 스타일 자체가 그 충돌을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성악과 건달이라는 조합 파파로티가 이 장르 설정을 선택한 방식

성악가 지망생 건달이라는 설정은 얼핏 억지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조합이 억지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실제로 그런 인물이 존재했다는 것, 그리고 그 인물의 목소리가 실제로 콩쿨에서 1등을 할 만큼 뛰어났다는 것이 영화가 설득력을 갖는 기반이었다.

영화 속에서 장호가 처음으로 제대로 노래하는 장면을 보면서, 어떤 재능은 환경과 상관없이 그냥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 재능이 올바른 방향으로 연결되는 순간 어떤 일이 생기는지를 이 영화는 클래식이라는 장르를 통해 보여준다. 힙합이나 록이었다면 다른 느낌이었을 것이다. 성악, 특히 오페라 아리아라는 장르가 그 재능의 순수함을 가장 날 것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장르 선택이 탁월했다.

오페라 리골레토의 아리아 'La donna e mobile'이 영화 초반부터 흘러나오는 것도 의도적인 배치였다. 이 아리아는 '여자의 마음은 갈대처럼 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상진과 장호가 서로를 처음 마주하는 장면에 이 음악이 깔린다.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흘러갈지 암시하는 장치였다. 처음에는 서로를 완전히 다른 세계의 존재로 여기다가 결국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되는 구조가 그 아리아와 연결된다.

이 영화를 보고 클래식에 대해 처음으로 찾아본 기억이 있다. 파바로티라는 이름, 리골레토라는 오페라. 그전까지 클래식 음악이 먼 세계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는데, 이 영화가 그 거리를 좁혀줬다. 좋은 음악 영화가 하는 역할이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몰랐던 세계로 가는 입구를 만들어주는 것. 파파로티는 그 역할을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해냈다. 누적 관객 171만이라는 수치는 그 역할을 인정한 관객들의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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