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베일리 강아지 눈으로 본 인간의 성장
안녕 베일리(A Dog's Journey, 2019)는 게일 맨쿠소 감독, 조시 게드(베일리 목소리)·데니스 퀘이드·캐서린 프레스콧 주연의 미국 가족 영화다. 전 세계 2억 달러를 돌파한 베일리 어게인의 후속작으로, 다섯 번째 환생을 맞이한 베일리가 이든의 손녀 씨제이를 지켜보며 성장과 위로를 건네는 이야기를 그린다. 스필버그의 앰블린 엔터테인먼트 제작, 관람객 평점 9.5점을 기록한 따뜻한 작품이다.
반려동물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저 아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눈을 마주치는 순간, 뭔가를 전달하려는 것 같은데 정확히 무슨 말인지는 알 수 없는 그 감각. 안녕 베일리는 그 궁금증에 가장 따뜻한 방식으로 답을 건넨다. 강아지 베일리의 시선으로 인간의 삶을 바라보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한동안 키우던 강아지를 전과 다르게 바라보게 됐다.
안녕 베일리가 전편과 다른 이유 씨제이라는 인물이 만드는 새로운 무게
안녕 베일리는 전편 베일리 어게인의 직접적인 후속작이다. 전편이 이든이라는 소년과 베일리의 관계를 중심으로 했다면, 이번 영화는 이든의 손녀 씨제이를 중심에 둔다. 그 변화가 이 영화를 단순한 속편 이상으로 만든 핵심이었다.
씨제이는 쉬운 삶을 살지 않는다. 어머니와의 관계가 좋지 않고, 도시에서 혼자 꿈을 쫓으며 여러 번 흔들린다. 음악의 꿈을 포기할 뻔하고, 중요한 관계에서 상처를 받고, 스스로 괜찮다고 믿으면서도 사실은 누군가를 간절히 필요로 한다. 베일리는 그런 씨제이 곁에서 몰리, 빅독, 맥스로 환생을 거듭하며 항상 그 순간 씨제이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다.
이 설정이 인상적인 이유는 베일리가 씨제이를 구한다거나 문제를 해결해주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냥 곁에 있어준다. 씨제이가 울고 있을 때 머리를 무릎에 얹고, 혼자 집에 있을 때 꼬리를 흔들고, 위험한 상황에서는 짖어서 알려준다. 그 존재 자체가 씨제이에게 힘이 됐다. 거창한 해결사가 아니라 그냥 늘 거기 있는 존재. 그게 이 영화가 말하는 반려동물의 의미였다.
실제로 반려동물 심리학 연구에서는 반려동물이 인간의 외로움과 불안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여러 차례 나왔다. 특히 혼자 생활하는 사람이나 감정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사람에게 반려동물의 존재 자체가 안정감을 준다는 것이다. 씨제이가 베일리와 함께하는 장면들이 그 연구 결과와 정확히 맞아 있었다. 영화가 그 감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게 아니라, 장면으로 직접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게일 맨쿠소 감독은 미국 시트콤 모던 패밀리 연출로 에미상을 두 번 수상한 인물이다. 그 배경이 이 영화에 그대로 녹아 있다. 단순한 감동 영화가 아니라 캐릭터들의 관계가 구체적으로 쌓이면서 감정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방식. 씨제이가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어머니와의 관계가 어떻게 그녀를 형성해왔는지가 충분히 설명되기 때문에 베일리의 존재가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
환생이라는 설정이 말하는 것 안녕 베일리가 5번의 생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
베일리는 이 영화에서 다섯 번째 환생을 맞이한다. 전편까지 합치면 다섯 번의 서로 다른 삶을 살았다. 매번 이름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르고, 키우는 가족도 달라진다. 그런데 베일리의 내면에는 항상 같은 의식이 유지된다. 이전 생의 기억, 사랑했던 사람들에 대한 감각, 그리고 자신이 왜 다시 태어났는지에 대한 본능적인 알게된다
이 설정은 판타지적이지만 그 안에 꽤 진지한 질문이 있다. 삶의 목적이란 무엇인가. 베일리가 매번 다른 몸으로 태어나면서도 변하지 않는 건 누군가를 향한 마음이다. 이든을 향한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이 이든의 손녀 씨제이에게로 이어지는 것. 몸은 바뀌어도 사랑은 계속된다는 게 이 영화의 가장 큰 메시지였다.
베일리의 목소리를 맡은 조시 게드는 이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강아지의 내레이션이 영화 내내 흐르는데, 그 목소리가 너무 인간적이면 설정이 무너지고 너무 단순하면 감정선이 약해진다. 조시 게드는 그 균형을 잘 잡았다. 순수하고 약간 익살스러우면서도 감정의 결이 있는 목소리. 베일리라는 캐릭터의 따뜻함이 목소리 하나에 다 담겨 있었다.
환생을 거듭하면서 씨제이를 알아보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다. 씨제이가 자라고 변해서 베일리가 처음엔 그녀를 찾지 못하는 장면들. 그 장면들이 단순한 서사 장치가 아니라, 우리도 오랫동안 보지 못한 사람을 처음엔 알아보지 못할 수 있다는 것, 그래도 결국 무언가가 연결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 연결이 익숙한 냄새일 수도 있고, 눈빛일 수도 있고, 말투일 수도 있다는 게 이 영화가 전달하는 감각이었다.
반려동물 영화를 다르게 만드는 것 안녕 베일리가 오래 기억되는 이유
반려동물이 등장하는 영화는 많다. 그 중에서 오래 기억되는 영화와 그냥 지나가는 영화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차이가 반려동물을 주인공으로 삼되 인간의 이야기를 함께 담느냐의 여부라는 걸 느꼈다. 안녕 베일리는 강아지 영화이지만 사실은 씨제이라는 한 사람이 성장하는 이야기다. 그 성장을 베일리가 옆에서 지켜보고, 때로는 밀어주고, 때로는 그냥 곁에 있어주는 방식으로 함께한다.
씨제이가 음악가로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 어머니와의 화해, 소중한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여정이 베일리의 환생과 맞물리면서 영화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성장 서사가 된다. 베일리 없이도 씨제이의 이야기는 완성될 수 있었지만, 베일리가 있어서 그 이야기가 훨씬 따뜻하게 전달됐다.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면 이 영화가 더 깊게 와닿을 것이다. 직접 키우는 강아지와 씨제이-베일리의 관계가 겹쳐 보이는 순간들이 있었다. 강아지가 집에 돌아왔을 때 꼬리를 흔들며 뛰어오는 모습, 기분이 안 좋을 때 옆에 딱 붙어 있는 모습. 그게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무언가를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느낌. 이 영화는 그 느낌이 틀리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관람객 평점 9.5점이라는 수치는 전문 평론가들의 평점과 꽤 차이가 난다. 평론가들은 이야기 전개가 다소 전형적이라는 지적을 했지만, 실제로 영화를 본 관객들은 압도적으로 높은 점수를 줬다. 그 간극이 이 영화의 특성을 보여준다. 완벽한 구조보다 감정의 진정성이 더 중요한 영화. 정교하게 설계된 서사보다 그냥 따뜻하고 솔직하게 전달되는 이야기가 더 오래 남는 경우가 있다는 걸, 안녕 베일리가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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